[더깊은뉴스]환경 망치는 ‘친환경 발전’…숲이 운다

2018-03-26 16



정부는 태양광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돈이 된다는 얘기에 전국적으로 투기 세력들이 몰려들어 산림과 지역사회를 파괴한다고 합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가 환경을 파괴하는 실태,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지금 전국이 그래요. 맹목적으로 사람들이 태양광, 태양광 하니까."

"몇십 년, 몇백 년 된 나무 다 그냥 처리해서 없애버리고."

"산 닦아 놓은데 보면 미리 겁나요 겁나"

울창한 숲 이곳저곳에 드러난 맨살.

파인 곳들...

나무를 베고 뽑아낸 흔적들이 역력합니다.

주민들은 이런 곳들이 지난해부터 급증했다고 말합니다.

(이런 곳이 많나요?)
(이 지역에서만) 한 100여 군데가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정하니 / 충남 금산군]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한때 나무들로 울창했던 이곳에는 2만 제곱미터가 넘는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마을 주민]
"산이 좋았었는데 이게 뭐야 이게. 다 버려놓고. 한번 올라와 봤어요. 얼마나 팠나 해서. 자연 그대로를 깎아서 이렇게 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곧 닥쳐올 장마도 큰 걱정입니다.

[백명현 / 환경운동가]
"비 와서 고랑이 이렇게 벌써 내려와서 이렇게. 어느 정도 비가 모이면 이거 크게 고랑으로 변하는 거예요. 토사가 100% 내려간다고요."

짧아도 20년간 안정적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소문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에 2만 5천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4년 전 산을 깎아 만든 버섯 재배 시설.

그런데 정작 버섯은 거의 없고 태양광 발전 시설로 가득합니다.

[금산군 ○○ 마을 이장]
"저런 식으로 해서는 버섯 재배를 한다고 볼 수 없죠. 주민을 우롱한 것과 같죠."

작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시설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전력 판매 대금을 1.5배 더 주는 점을 노렸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장현유 / 국립한국농수산대 버섯 학과 교수]
"측면에 차광막을 쳐야 되고. 또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비닐이 설치돼 있어야 합니다. 버섯나무가 형식적인 한 줄로 놓여 있어 흉내 정도만 낸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은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고, 버섯을 키운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직원]
"(버섯을) 키우고 있다는 증빙 사진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출하셨던 거고요.

(사진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저희들도 명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지는 않거든요."

관할 군청도 허가를 내준 뒤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습니다.

[금산군청 직원]
"(버섯 재배사에) 소를 기른다든지 하면 누가 봐도 불법인데. (버섯) 나무가 있잖아. 가서 뭐라고 해."

시설 분양업자는 현장 감독이 나와도 대처할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태양광 시설 분양업자]
"(현장 확인을 나왔을 때) 이거 재배포가 다 죽어버렸다 하면, 방법이 없으니까 피해 가는 방법은 많은 것 같아요."

노후를 위해 아내의 고향에 순두부 식당을 연 김 모 씨.

식당 바로 뒤에 들어설 태양광 발전 시설 때문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순두부집사장]
"이게 무분별하게 너무 주택 가까이 들어서고 그러니까… 2시간 뚜껑을 열어놔야 하는데 여기서는 두부 제조를 못 해요"

거센 항의가 일자, 담당 시청은 거주지로부터 200m 안에는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는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식당같이 이미 허가가 난 곳은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8백 개 넘는 섬들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

요즘 군청 직원들은 태양광 발전 업무로 휴일도 반납할 정돕니다.

[신안군청 직원]
"(올해만) 지금 한 천 건 정도로 (허가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외부인들이 분양 형식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우려를 갖고 있어요."

투기 세력까지 뛰어들자, 태양광 부지가 될만한 염전 값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작년까지 (3.3제곱미터당) 한 4만 원 4만 5천 원 하던 것들이 지금은 6~7만 원. 8만 원까지 (올랐어요)."

중앙 정부의 역점 사업이라 지자체가 엇박자를 내기도 힘든 상황.

[A 지자체 관계자]
"정부에서 시책 사업으로 추진한 거기 때문에 난리야. 현행법상으로는 특별히 제한 사항이 없어요. 관련 규정대로만 하면 (허가) 안 날 곳이 하나도 없어요."

이제는 중앙 정부가 각종 부작용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환 / 국립산림과학원 임학박사]
"신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정책이고 사업인데, 산림을 훼손해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환경을 또 훼손한다는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정책이죠)"

대표적 친환경 발전으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 '친환경'이란 목표에만 매달려,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시급히 되돌아볼 싯점입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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